안녕하십니까? 2/4분기 4월 첫 들꽃 편지 인사 드립니다.
저는 매달 첫날 따로 새 달 인사말을 써서 예쁜 우리 들꽃과 함께 月賀狀을 만들어
카톡으로 지인들께 보내주고 있는데요. 이번 4월 달 것은 위와 같습니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봄은 정녕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 세상사 쓸쓸허더라…:
안녕하십니까? 우리 소리 단가 ‘사철가’의 첫 소절처럼 정말로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우리 들꽃지기 이 몸도 요즘 제 분신이 몇 명 필요할 정도로 겁나게 바쁩니다. 이럴
때를 기다려 온 건 맞지만 막상 동시 다발하는 꽃 소식과 이에 다 부응하지 못하는 몸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고궁으로 산으로 지방 들판으로 지난 주도 정신 없이 쏘다녔습니다.
힘 든 것보다는 행복한 분주. 꽃과 함께 하면 저는 그렇습니다. 예쁜 꽃은 또 고운 향도
가졌지요. 산에는 생강나무 향, 고궁에는 매화 향기 향, 들에는 산수유 향이 강하게 또는
은은하게 풍겨 행복감을 더해주지요. 어떤 날은 점심을 오후 4시에 먹을 정도로 빠져서
촬영에 임하기도 했는데요. 일부러는 못할 일이지요. 근데 정말 놀라운 건 예년에 비해
꿀벌 수가 엄청 줄어든 거 있지요. 속으로 뉴스와는 현장이 다르기를 빌고 바랐는데…
예년 같으면 정말 잉잉거리는 꿀벌 소리에 귀를 의심할 정도의 소음을 느끼기도 했는데
올해는 어디 있나 눈 여겨 봐야 보일 정도로 개체 수가 적은 거 있지요. 전문가들은 올
겨울 갑작스런 추위에 동사가 많았고 말벌 등 천적들의 공격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저는 그 밖에 인류 문명의 폐해 같은 밝혀지지 않은 직, 간접의 원인이 있을 것
같고요. 어쨌거나 완연해진 봄 날씨 벌들의 개체 수 복원이 빨리 이뤄지길 빌어봅니다.
그래서 오늘 보내드릴 사진들은 너무 많아서 비명입니다. 이야말로 즐거운 비명이지요.
근데 이 또한 다 보내드릴 수 없고요. 몇몇 사진들은 거의 매년 보내드리는 비슷한
것들이라 생각 끝에 엊그제 다녀온 경북 의성군 산수유마을 사진들로 뽑아봤습니다.
사곡면 화전리 일대는 예부터 산수유마을로 소문이 나있는데요. 그럼에도 가볼 인연이
없어 안타까워하던 차 인근 청송 출신 회사 후배의 절친이 의성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회사 후배는 연초 아버지를 여의고 선산에 산소를 조성 중이었는데 이를 위해 가는 고향
방문길에 동행하게 됐고 의성에 사는 그의 친구가 마침 제가 찍은 우리 들꽃들을 좋아해
자연스레 어울리게 됐고 안내까지 해주게 된 겁니다. 우리 나라에서 '산수유마을' 하면
다들 구례 산동마을을 떠올리지요. 천살 산수유 시목이 있는 마을이니만큼 인정해주고요
수도권에서는 이천의 도립·송말·경사리, 양평의 개군면 내리·주읍리 마을이 유명합니다.
의성 산수유마을은 화전리 1·2·3리에 걸쳐 펼쳐지는데 주차장이 있는 3리에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밭에는 보리가 아닌 그 유명한 의성 마늘이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데요. 노란
산수유 꽃이 파란 하늘과 함께 잘 대비돼 더 아름답습니다. 숲실마을로도 불리는 2리를
지나 화곡지란 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산수유 꽃길 거리는 약 10리(3.7㎞)) 그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합니다. 중간에 육모정 전망대도 있는데 저는 그냥 통과해버렸습니다.
전체적인 개화 상태는 약간 이른 듯. 청명한 아침 나절이라 햇살도 좋았고요. 근데 하나
어디든 카메라를 갖다 대면 앵글에 꼭 이상한 사물이 조연으로 잡혀서요. 전봇대, 전깃줄,
유색 울타리, 폐비닐, 농작물 지지대 등과 같은 것들이요. 정말 일부러 그렇게 갖춰놓은
것처럼 끝까지 훼방을 놓고 야를 먹이는데 기가 차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사진은 구도를
잘 잡기보다 누가 더 이런 장애물들을 잘 피해 찍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하면서 찍었죠.
이 마을도 코로나로 축제를 열지 못한 지 몇 년째. 하지만 관광객 출입은 자유로운 듯.
동네 행사지만 그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외부 행사 전문업체인 점 잘 아시지요.
화전 3리 주차장 일대에는 산수유 식품 즉 산수유 엑기스, 차, 막걸리, 파전 등 여러
종류의 기념품·먹거리 장터가 잘 설치돼 있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위로 올라가 만난
2리 휴게소에서 차를 한 잔 마셨고 농산품은 더 위에 한 할머니의 좌판에서 구입했지요.
인근 밭에다 직접 심고 방금 캐와 계곡 물에 씻어 내놓은 쪽파와 부추, 쥐눈이콩을 두
봉지 가득 사와 오늘 저녁 밥상에 올렸는데 쪽파와 부추는 올해 첫물이라 엄청 부드럽고
향기로운 거 있지요. 지난 주 거문도에 사는 후배가 갯가에서 해풍쑥을 뜯어서 부쳐준다
했으니까 이번 주에 도착하면 우리 집 식탁은 더욱 더 봄 향기가 넘쳐날 것 같습니다.
봄을 만끽하는 건 직접 현지를 찾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도 즐길 수 있지요.
내일이 식목일이자 淸明, 모레가 寒食이로군요. 실제 생활에 이런 절기가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매 절기를 다 꼭꼭 짚어 되새기고 넘깁니다. 그게 시절 감각을
되살리고 즐기게도 해주니까요. 농사는 안 지어도 지금이 연 중 어느 때쯤인지 아는 것과
모르는 건 큰 차이가 있고 실제로도 삶을 가늠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또 조만간 부모님 산소도 찾아가 겨우내 이상 없었는지 살피고 손도 봐야겠지요.
요즘 우리 시대에서 봄을 완성하는 꽃은 단연 벚꽃이지요. 좀은 늦었지만 지금 한창
벚꽃이 피어나고 있다는 꼭 확인하시기 바라고요. 벚꽃은 만개했을 때보다 꽃잎들이
흩날릴 때 더 아름답고 멋있으니까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좋은 때 택하여 즐기시기
바라겠습니다. 올해는 또 코로나 때문에 출입금지 시키는 일은 없을 거라니까요.
4대 고궁, 여의도 윤중로, 남산, 홍릉숲, 서울대공원 등 찾아보면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며 ‘봄날은 간다’를 흥얼거리게
되겠지요. 오면 가는 게 섭리.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피어 있을 때 마음껏 아름답고
더없이 향기로울 일이지요. 봄을 싣고 온 그 바람이 다시 봄을 싣고 가버릴 테니까요..
그리고 꽃이 다 지기 전 꽃잎 지는 자리 아니더라도 저와 막걸리 한 잔 잊지 마시고요.
저는 다음 주 다른 소식 준비해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 한승국 드림
전번: 010-3242-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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