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들꽃 메일

5월 첫 안부 + 연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 이야기 + 제주도의 봄 들꽃들

사글세 2022. 5. 3. 15:01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에서만 관찰되는 비자란입니다.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

지금까지 해왔던 내 사랑에 /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 하시고 //

앞으로 해나갈 내 사랑은 /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

위선보다는 진실을 위해 /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 지혜를 주시고 //

바람에 떨구는 한 잎의 / 꽃잎으로 살지라도 /

한없이 품어 안을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

바람 앞에 쓰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 / 선 앞에서는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 //.

철저한 고독으로 살지라도 /사랑 앞에서 깨어지고 낮아지는 항상 겸손하게 살게 하소서”

 

오늘 아침 태백에 사는 후배가 보내온 카톡 편지 글입니다. 작자는 칼릴 지브란.

보내온 제목은 [5월의 기도’. 혹시나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라고 돼 있습니다. 누가 맞는지 모르겠고 틀렸대도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느끼면 글 쓴 이가 누구이든 좋아할 테니까요. 후자는 5월 가정의

달과 어린이 날을 맞아 자녀를 소유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기르자며 인용했더라고요.

 

집안에 아이기 없어진 지 수십 년이 되다 보니까 5월이 어버이날 위주로 생각되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이번 달 카톡 月賀狀 인사도 그런 내용으로 만들어 보냈지요.

5월엔 생각이 / 더 많이 납니다 / 사랑하는 당신 / 참으로 고맙고 / 늘 죄송스러워 /

곧 뵙겠습니다  / 하늘에 닿을 듯 / 쌓인 그리움에 / 주신 나이까지 / 손만 뻗침 돼요”

끈끈이주걱 꽃을 바탕에 깔고 글을 앉혔는데 회신 공감 많이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현역일 때 5월은 엄청 바쁜 달이지요. 양가 부모 다 살아계시면 지출도 많을 테고.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가 가장 행복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위 아래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지니고 살 때. 어렵고 힘들어도 그 대상과 목표가 있을 때. 나무로 치면

꽃 피고 열매 맺고 할 때. 벌과 나비 찾아 들고 새들까지 둥지를 틀 때. 참 이럴 때는

뭐라고 하나요. 새집? 세집? ㅎㅎ 한 해로 치면 5월 이 달 바로 요즘이죠. 카르페 디엠!

 

코비드19로 잃어버린 3년이 될 줄 알았는데 다행이 3년째 되는 해에 되찾은 봄.

성급한 판단이라 해도 일단은 좋습니다. 산길 호젓이 맨 얼굴로 걸어보는 거. 올 초 전남

거문도 등대를 찾아가는 길, 동도와 서도를 잇는 연도교 건너고 목너머 물길까지 건너

벼랑길을 올라 정말 인적 하나 없는 동백 숲길에서 저쪽에서 걸어오는 한 사람. 반가워

인사를 건넸더니 툭 던지는 말. “마스크 쓰세요” 마스크를 턱에 걸친 내가 죄인이었지요.

 

가만 생각해보다 결론을 내린 게 ‘그는 아마도 다도해국립공원 거문도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 직원이고,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중’이었을 거다’’였지요. 그래도 그렇지

천리 길을 마다하고 수선화를 보러 온 서울 손님에게 그런 식으로 냉정하게 대하다니….

정답을 얘기했는데도 틀린 답을 한 것보다 더 마음이 불편해진 거 있지요. 나원참. 근데

그거 지금 생각하니 쇼 아니었나 싶어집니다. 하긴 매뉴얼도 상황에 따라 바뀌는 거니깐.

 

오늘은 지난 주 다녀온 제주도의 들꽃 사진들 보내 드립니다. 제주 사는 지인이 아직

학계에도 보고 안된 미기록종이 발견됐다며 사진을 올렸기에 서둘러 급히 방문했는데

도착 전날 내린 많은 비에 다 떠내려가버렸대서 대신 담아온 엉뚱한 것들입니다. 암대극,

갯장구채, 갯무, 애기달맞이, 갯메꽃, 갯까지수영, 벌노랑이, 솔잎해란초, 괭이밥, 비자안,

한라솜다리, 한라새우난, 은난초, 호자나무, 철쭉나무, 콩제비난,  좀가지풀, 으름덩굴, 

각시제비꽃, 일본붓꽃, 쇠별꽃, 홍노도라지, 애기도라지, 금난초 등이 주인공입니다.  

 

내일 모레가 어린이날이자 입하로군요. 부처님오신날과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연중

최고로 아름다운 날들. 사랑하는 분들과 좋은 스케줄로 마음껏 향유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아마 우리 또래들은 손주들과 신나게 보낼 것 같아 권주가도 안 부르겠습니다. 저는

달리 우리 들꽃이나 보러 가야지요. 외롭고 쓸쓸할 때 위로가 되어주는 우리 들꽃 참

좋은 친구 감사할 따름입니다. 팬데믹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봇물 터지듯 느는 해외여행

 

들꽃지기들마저 오래 참았다며 너도나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이번 주 벌써 떠납니다. 

전에는 해외여행을 그리 가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구미가 당기는 것 같은 건

왜 일까요? 나이 때문? 더 늙고 꼬부라지기 전에? 은퇴하자마자 더 나이 들면 못 간다며

몇 개월짜리 세계일주 또는 남미 장기 여행을 서둘러 다녀오던 친구들 생각이 납니다.

아직은.. 싶지만 급격한 노화는 아니더라도 힘이 부치는 시기가 언제 올지 몰라 조바심.

 

사람과의 사랑도, 낯선 여행도 있을 때, 할 수 있을 때 잘하는 게 멎습니다. 나이에 맞게

상황에 맞게, 처지에 맞게 무리하지 말고 ‘덜 찬 잔이 더 아름답다’ 여기고 넘치지 않게

살기. 이웃집 넘어보지 않기. ‘세상은 넓지만 안 가본 곳은 집 앞 길 건너 골목에도 있다’

여기기. 좋은 친구 그리워하기보다 날 필요로 하는 친구 없나 살펴보기, 있다면 돼주기,

그리고 그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는 것과 이제부터는 채우기보다는 비우며 사는 것까지.

 

입하라니..! 하긴 저도 5월1일부터 반바지 차림으로 바꿨습니다. 근데 어제 오늘 아침

최저기온이 섭씨 9도. 서늘해서 놀라고 20도 넘는 최고기온과 일교차가 큰 게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덕유산을 새하얗게 수놓은 상고대는 장관이지만 그

바람에 또 꿀벌 실종사건이 유발되면 인류 멸망을 앞당겨는 나비효과까지도 우려되고요.

지진, 화산 폭발, 태풍, 홍수, 가뭄, 온난화 등등 우리 삶의 토대가 얼마나 불안한 상태인지…

 

하지만 대한민국의 올해 5월은 말고 푸릅니다. 들꽃들도 시나브로 피고지고요.

농촌 들판에는 논물들이 가득하고, 회시도 공장도 크게는 잘 운영되고 있지요.

천지 지으신 조물주의 사랑을 믿으며 그 뜻을 거슬려 실망 드리는 일 없게 늘 조심하고

항상 감사하며 5월도 일의 경중완급을 잘 가려 지혜롭게 사시길 기원하고요.   

저는 다음 주 다른 소식 준비해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 한승국 드림

전번: 010-3242-7110

 

아하 2장 암대극

 

 

 

 

이하 3장 갯장구채

 

 

 

갯무꽃

 

 

 

애기달맞이꽃

 

 

 

갯메꽃

 

 

 

이하 3장 갯까치수영

 

 

 

벌노랭이

 

 

 

리하 4장 솔잎해한초

 

 

 

괭이밥

 

 

 

한라솜다리

 

 

 

이하 3장 비자란

 

 

한라새우란

 

 

은낭초

 

 

 

호자나무 열매

 

 

철쭉

 

 

 

콩재바꽃

 

 

 

좀가지풀

 

 

 

개불알풀

 

 

 

넝쿨딸기

 

 

 

이라 2장 홍노도라지

 

 

애기나리

 

 

 

각시제비꽃

 

 

으름덩굴

 

 

 

일본붓꽃

 

 

 

쇠별꽃

 

 

 

이하 2장 아기도라지

 

 

이하 3장 금새우난초